차밤의 인도 짜이 이야기

반갑습니다 🙂 함께하는 차 생활을 즐길 수 있게 해준 고마운 티웃의 이웃 차밤입니다.

겨울에는 유독 밀크티가 인기가 많죠. 티웃 피드에도 자주 밀크티가 보이는 요즘 차덕후들의 겨울 밀크티 사랑을 확실히 체감하고 있습니다.

밀크티 하면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요. 작지만 제법 인기있었던 서울 연남동의 밀크티 맛집에서 2년 동안 점장으로 근무했거든요. 저의 밀크티에 대한 경험들 중에서 오늘은 인도식 ‘짜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고 왔습니다.

짜이란 무엇일까

길거리 상점에서 파는 짜이

짜이 혹은 Chai라고 불리는 이 친구는 인도를 비롯한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네팔 등의 남아시아에서 차 음료를 일컫는 말이예요. 원래는 다양한 나라에서 차를 뜻하는 단어이지만 보통 짜이라고 하면 마살라 짜이(Masala chai, मसाला चाय)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아요. 마살라 짜이는 홍차에 우유와 향신료 설탕 등을 넣고 만든 인도식 밀크티랍니다.

인도의 마살라 짜이는 영국 식민지 시대에서부터 유래되었어요. 당시 영국 사람들이 품질이 좋은 차는 전부 가져가버려서 인도에는 질이 낮은 차만 남게 되었는데요. 인도사람들이 이 남겨진 차들을 마실 방법을 고민하다가 차를 우유에 넣고 설탕과 향신료를 더해 바글바글 끓여마시기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전해져오게 되었어요.

인도 배낭여행에서 만난 짜이

인도에서 마신 짜이

인도 현지의 짜이를 처음 만난 것은 2014년 가을에 떠난 배낭 여행이었어요. 인도 배낭여행은 난이도가 높기로 유명한데 무슨 이유에선지 인도에 끌리는 마음을 외면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용감하게도 첫 배낭여행으로 매운맛 인도를 선택했답니다.

현지에서 본 짜이의 첫 모습은 40도에 가까운 무더운 날 길거리에서 뜨거운 짜이를 마시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 날씨에 뜨거운 짜이까지 마시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그래도 땀을 뻘뻘 흘려가며 인도까지 왔으니 짜이를 경험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호기심 반에 짜이를 홀짝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한 잔 두 잔 마시다 보니 조금씩 인도 사람들이 이해되기 시작했어요. 달달하고 강렬한 짜이 한 잔이 여행 중 무더운 하루 하루를 보낼 수 있는 힘이 되어주는 것이었어요. 매일 아침 일어나서 한 잔, 식사 후에도 한 잔, 노을 보며 또 한 잔. 나중에는 하루에 몇 잔이고 짜이를 찾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짜이와 함께하는 인도사람들의 하루

인도사람들은 하루의 시작과 끝을 짜이와 함께합니다. 해가 뜨기 전 이른 새벽에도, 일몰을 감상하고 내려오는 골목 어귀에도 어렵지 않게 짜이를 파는 사람인 짜이 왈라를 찾을 수 있었어요.

짜이 왈라에게 짜이를 주문하면 잔에 짜이를 한 잔 따라줍니다. 단맛이 강하기 때문인지 잔에 크기가 소주잔보다는 크고 종이컵보다는 작았어요. 이렇게 길에서 마시는 달콤한 짜이 한 잔은 비몽사몽한 아침을 깨워주기도 하고, 끼니를 해결하기 힘든 가난한 노동자의 한 끼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믹스커피를 떠올리면 이해하기가 편하실 듯 해요.

짜이 왈라에게 주문한 짜이 한 잔

짜이 한 잔으로 바라보는 카스트제도

인도 짜이 하면 전통적인 토기 잔을 떠올리는 분들이 계실거예요. 요즘에는 유리와 스테인리스 잔을 많이 사용하지만 여전히 토기 잔에 짜이를 내어주는 짜이 왈라들도 있습니다.
토기잔의 짜이를 다 마시고 나면 잔을 바닥에 던져 깨트립니다. 깨진 조각들이 바스러져 다시 흙이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환경에 좋은 점도 있죠. 하지만 이 토기잔에는 슬픈 배경이 있습니다.

인도에는 신분 제도인 카스트 제도로 인해 차별받는 사람들이 남아있는데요. 이 신분 제도에 계급 이름조차 없는 하급 계층인 ‘불가촉천민’과 상위 계급이 같은 잔을 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 토기 잔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가정집에서 마신 짜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짜이가 평등의 상징으로 다가왔습니다. 짜이의 토기 잔은 분명 신분 차별의 상징이지만, 짜이는 신분 차별 속에서도 계급이나 부에 상관 없이 모든 사람의 일상이라고 느꼈기 때문이예요. 근사한 호텔의 로비에도, 먼지 날리는 골목에서도 하루의 시작과 끝에 짜이를 마실 수 있었고,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가정집에 방문했을 때도 짜이 한 잔으로 손님을 환영해 주는 모습은 인도 어디서나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금지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뚜렷하게 존재하는 신분에 따른 차별. 그 안에서도 이 짜이 한 잔이 서로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어주고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지역별에 따라지는 짜이의 맛

여행 중 하루에도 몇 잔씩 짜이를 마셨던 터라 지역을 이동 할 때 짜이 맛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북쪽 음식과 남쪽 음식의 특징이 다른 것처럼 인도의 짜이도 지역마다 들어가는 재료가 조금씩은 달라지는 것이었죠.

그 지역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나 지역 사람들의 취향에 따라 짜이의 재료가 달라졌어요. 대표적인 짜이 하면 생각나는 재료가 팔각, 후추, 계피같은 향이 강한 향신료들이죠. 하지만 서인도 지역에서는 이 재료들을 꺼려 해서 박하잎을 넣기도 하고요. 카슈미르 지역에서는 짜이에 주로 넣는 홍차 대신 녹차를 사용합니다.

여행을 하며 이렇게 다양한 짜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덕분에 한국에 돌아와서는 편견 없이 이런 저런 재료들로 짜이를 만들어 볼 수 있었어요. 그렇게 만든 나만의 레시피로 짜이를 끓이니 친구들과 함께하는 짜이 찻자리가 하나 하나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여러분도 내가 좋아하는 재료로 나만의 짜이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현재의 맛에 가까운 짜이 맛집 소개

한국으로 돌아온 후 인도의 짜이 맛이 그리워져서 짜이 맛집을 찾아보았습니다. 여러 짜이 맛집 중에 현지의 맛과 가장 비슷한 곳을 소개해드릴게요.

첫 번째는 서울 성수동 높은 산!
한국에서 만난 인도 현지의 짜이와 가장 닮아있는 집

인도 현지에서 벌벌 떨며 혹은 땀을 삐질 흘리며 마시던 짜이가 그리울 때 찾았던 곳이예요. 이 곳은 매장이 협소하기 때문에 좌석이 없어 노상에서 짜이를 마셔야 하지만, 그 순간 인도 여행의 향수를 소환하는 장소예요.

성수동까지 찾아갈 여유가 되지 않으신다면 높은 산의 인스타그램과 쇼핑몰을 찾아가보세요. 쇼핑몰에는 짜이를 만들 수 있는 키트와, 짜이 시럽, 짜이 잼을 판매하고 있으니 추운 겨울 이불 밖은 위험해!! 하고 계신 다우님도 짜이를 즐기실 수 있어요.

주소 : 서울 성동구 성수이로 18-1 1층
인스타그램 : @noppensan

두 번째는 경복궁역 근처에 있는 사직동 그 가게!
커리와 짜이를 함께 곁들일 수 있는 곳

여러가지 커리와 짜이를 판매하는 곳이에요.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의 매장에서 현지 느낌의 짜이를 맛볼 수 있습니다.

이 곳은 티베트 난민들과 여성노동자들을 돕는 착한 가게에요. NGO 단체인 록빠 (ROGPA) 에서 난민들의 경제적, 문화적 자립을 지원하기 위하여 운영하는 곳이예요. 일하는 스텝들도 자원봉사자들이니 이런 멋지고 착한 가게, 안 갈 수 없겠죠?

주소 : 서울 종로구 사직로9길 18
인스타그램 : @rogpashop

간편하게 짜이를 즐기는 방법

짜이를 직접 만들어 즐길 수 있다면 정말 좋겠죠. 하지만 모든 걸 다 갖추고 집에서 짜이를 만들어 드시기에는 재료도 많이 필요하고 복잡하니 쉽게 짜이를 즐길 수 있는 티브랜드를 소개해 드릴게요.

압끼빠산드의 틴케이스

첫 번째는 프라나 차이 (Prana Chai)

다양한 향신료와 차를 꿀에 절여 만든 습식 짜이의 대표 브랜드.

꿀이라는 재료 특성상 우유와 만나면 응고되기 때문에 두유나 오트 우유 등으로 짜이를 만들어볼 수 있어요. 비건 지향하는 다우님이 계시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두 번째는 압끼빠산드 (Aap ki pasand)

작년부터 수입되기 시작한 인도 현지의 티 브랜드!

인도의 전통 의학인 아유르베다를 배경으로한 여러 가지 짜이 티 라인을 만나볼 수 있어 애용하고 있습니다. 짜이 티 뿐만 아니라 인도의 다양한 싱글티도 훌륭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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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차 한 잔이 간절해지는 때입니다.

따듯하고 달콤한 밀크티를 좋아하시는 다우분들께 짜이를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다우님들이 경험하신 재밌는 짜이 이야기나, 짜이 맛집 혹은 자신만의 레시피가 있다면 댓글로 함께 나누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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