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차 한 잔을 위한 팁 5 : 자사호에 차를 우려보자

차를 내 취향에 맞게 즐기는 방법.
티웃에서 차 한 잔 맛있게 즐기는 팁을 전해드립니다.

자사호를 소개합니다

중국차를 접하다 보면 꼭 만나게 되는 ‘자사호(紫沙壺)’.

자사호는 다관 중에서도 자사흙으로 만든 다관만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름만으로도 인지도가 있다 보니 차 판매 사이트에서 도자기나 기타 다구를 판매하면서 용어를 혼용, 오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자사(紫砂)’는 중국 의흥(宜兴) 지방의 황룡산(黃龍山)에 위치한 광산에서만 생산되는 광석 재료입니다. 철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고 점토처럼 쉽게 부서지고 무른 것이 특징입니다. 이 광석을 채굴한 다음 자연 풍화되고 숙성되기를 기다리며 잘 보관해두었다가, 이를 분쇄하고 체로 걸러 ‘자사니료(紫砂泥料)’를 만듭니다. 이 자사니료를 이용해 만든 다관이 자사호입니다.

자사호는 북송시대에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이후 음다법*이 송나라의 점다법* 에서 명청시대의 포다법*으로 변화하자 이런 시대적 흐름에 발맞추어 널리 퍼지게 되었습니다. 약 천년의 역사를 지닌 자사호는 지금까지도 많은 차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차도구입니다.

*음다법 : 차를 마시는 방법
*점다법 : 차를 가루낸 후 물에 곱게 개어 마시는 다법. 오늘날의 말차 다법에 해당한다.
*포다법 : 찻잎을 다관에 넣고 뜨거운 물을 넣어 우려내는 다법.
명청시대에 확립되어 현대에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주류 다법이다.

자사호를 살 때 고려하면 좋은 부분들

기본적으로 자사호는 유약을 바르지 않고 구워 흙색이 그대로 드러나는 무유 기물입니다. 자사호를 구경하다 보면 다양한 색의 기물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모두 원래의 흙색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자주색 또는 황갈색인 ‘자니(紫泥)’, 빨간색인 ‘홍니(紅泥)’, 주황색인 ‘주니(朱泥)’, 그리고 배 껍질처럼 노란색인 ‘단니(緞泥)’를 들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녹색 빛의 ‘녹니(綠泥)’, 어두운 검은색의 ‘흑니(黑泥)’ 등 다양합니다.

색에 따라 기물의 특징 또한 다르게 나타납니다. 가장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자니는 보온력이 좋아 차가 안정적으로 우러납니다. 또 차의 향과 맛을 잘 머금는 성질이 있어 차를 우릴수록 향과 맛이 점차 풍부해집니다. 주니의 경우 가마에 굽는 중에 수축하는 수축률이 높아 비교적 작은 크기의 기물이 많습니다. 향이 잘 도드라지기 때문에 비싼 청차나 오룡차를 조금 넣고 우리기에 좋습니다. 단니의 경우 차의 잡내를 잘 잡아줍니다. 오랜 시간 보관한 차에, 보관환경에 따른 외부 향이 끼었다면 단니에 우려보는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자사호는 흙색이 다채롭고 기물의 특징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수집요소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 점 때문에 자사호를 구매할 때는 주의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독특한 색을 내기 위해 화학약품을 섞어 색을 인공적으로 만들어내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또 품질이 좋지 않아 차통이나 화분을 제작할 때 쓰는 자사를 자사호 제작에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자사호를 구매하고 싶다면 중국차를 전문으로 하는 찻집을 방문해 설명을 듣고 구매하세요. 어떤 흙인지, 어떤 특징이 있는지, 사용 시 주의사항이 있는지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가격대를 확인하세요. 자사호의 가격에는 원료인 자사니료의 가격이 반영되기 때문에 너무 저렴한 자사호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비싸다고 꼭 좋은 것도 아닙니다. 10만원 선의 자사호로 시작해보시는 걸 추천해드립니다.

자사호를 사용하는 재미

자사호는 흙색 뿐 아니라 형태 또한 다양해 수집욕구를 불러일으킵니다. 오랜 역사를 지닌 만큼 전통적인 디자인에도 여러 모양이 존재하며, 변주를 주거나 아예 새로운 디자인으로 만들어지는 자사호도 많습니다. 또한 흙의 배합과 숙성방법, 자사호가 구워지는 화도에 대한 실험, 새로 발견되는 자사층에 대한 연구, 지역을 넘나드는 콜라보 등 현대에 이르러 다양한 데이터가 만들어졌으며 이를 바탕으로 한 다채로운 작품들이 존재합니다.

가장 마음에 들어오는 자사호 하나에 제일 좋아하는 차를 한 잔 우려보세요. 익숙해지면 조금 다른 흙, 조금 다른 형태의 자사호를 골라보며 찻자리를 넓혀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