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전시 <담기다>를 마치고 / 노산도방

노산도방 홍성일, 이혜진작가 회고

여러분들께서는 찻자리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여러분들께서는 찻자리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대부분 차가 시작이었을 겁니다. 너무 맛있어서, 다채로워서, 정말 즐거워서.그렇게 차가 좋아서 찻자리를 즐기기 시작하다 보면, 기물 또한 다양하게 경험해보고 싶어지는 순간이 올 거에요.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기물을 만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2016년의 저는 ‘동양의 차’를 집중적으로 알아나가는 중이었습니다. 차 관련 서적이나 인터넷을 참고해 지식을 모으고, 찻집 사장님의 이야기를 곁들여 다양한 차를 맛보고 다녔습니다. 고급백차의 전형이었던 백호은침을 시작으로 찻집에서 자체 제작한 보이차, 차나무 수령이 2천 년이 넘는다던 고수차, 오래된 대홍포, 보이차에 가까웠던 월광백, 대만 여러 지역의 고산차들, 중국과 대만의 철관음, 하동 녹차와 일본의 말차까지. 이 중 정말 맛있었던 차는 구매해서, 플라스틱 표일배나 저렴한 유리개완을 사용해 직접 우려 즐기며, 나름의 찻자리를 만들어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도자기는 아직이었습니다. 당시의 찻집들은 중국의 가성비 좋은 도자기나 값비싼 자사호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차에서 도자기로 눈길이 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다만 저는 기물 경험의 첫발을, 작가의 이야기가 담긴 작품으로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가격이 저렴한 중국 기물들은 부담이 덜하죠. 찻자리를 처음 가지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쉽게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저 또한 2만원을 넘지 않는 찻자리로, 3년간 부족함 없이 차를 즐겼으니까요. 자사 또한 흙이 지니는 재미가 상당할뿐더러, 이름 있는 유명한 작가분들의 자사호도 만나던 시기였기 때문에 언젠가는 꼭 경험해보고 싶었습니다. 다만 저는 작가님으로부터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었습니다. 흙, 유약, 기법, 소성 방식 등의 예술적인 아름다움부터, 물의 흐름과 차 맛의 변주가 일어나는 기능적인 요소들까지, 어떠한 변수들이 생겨나는지를 말이죠. 찻집에서 가뭄에 콩 나듯 만났던 한국의 도자기들이 너무나도 다채로운 모습을 지니고 있음에, 제 호기심을 더더욱 자극했던 것도 있겠네요. 도자기 작가님이 작가로서, 각 작품에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었는지가 궁금했습니다.

여러분들께서는 찻자리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대부분 차가 시작이었을 겁니다. 너무 맛있어서, 다채로워서, 정말 즐거워서.그렇게 차가 좋아서 찻자리를 즐기기 시작하다 보면, 기물 또한 다양하게 경험해보고 싶어지는 순간이 올 거에요.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기물을 만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2016년의 저는 ‘동양의 차’를 집중적으로 알아나가는 중이었습니다. 차 관련 서적이나 인터넷을 참고해 지식을 모으고, 찻집 사장님의 이야기를 곁들여 다양한 차를 맛보고 다녔습니다. 고급백차의 전형이었던 백호은침을 시작으로 찻집에서 자체 제작한 보이차, 차나무 수령이 2천 년이 넘는다던 고수차, 오래된 대홍포, 보이차에 가까웠던 월광백, 대만 여러 지역의 고산차들, 중국과 대만의 철관음, 하동 녹차와 일본의 말차까지. 이 중 정말 맛있었던 차는 구매해서, 플라스틱 표일배나 저렴한 유리개완을 사용해 직접 우려 즐기며, 나름의 찻자리를 만들어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도자기는 아직이었습니다. 당시의 찻집들은 중국의 가성비 좋은 도자기나 값비싼 자사호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차에서 도자기로 눈길이 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다만 저는 기물 경험의 첫발을, 작가의 이야기가 담긴 작품으로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가격이 저렴한 중국 기물들은 부담이 덜하죠. 찻자리를 처음 가지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쉽게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저 또한 2만원을 넘지 않는 찻자리로, 3년간 부족함 없이 차를 즐겼으니까요. 자사 또한 흙이 지니는 재미가 상당할뿐더러, 이름 있는 유명한 작가분들의 자사호도 만나던 시기였기 때문에 언젠가는 꼭 경험해보고 싶었습니다. 다만 저는 작가님으로부터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었습니다. 흙, 유약, 기법, 소성 방식 등의 예술적인 아름다움부터, 물의 흐름과 차 맛의 변주가 일어나는 기능적인 요소들까지, 어떠한 변수들이 생겨나는지를 말이죠. 찻집에서 가뭄에 콩 나듯 만났던 한국의 도자기들이 너무나도 다채로운 모습을 지니고 있음에, 제 호기심을 더더욱 자극했던 것도 있겠네요. 도자기 작가님이 작가로서, 각 작품에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었는지가 궁금했습니다.

티웃 노산도방전시회 작품 중

문제는 한국의 도자기 작가님들을 만날 길이 없었습니다. 그때만 하더라도 SNS를 사용하지 않았고, 사용했다고 해도 차계의 규모가 지금처럼 크지 않아 다양한 작가를 만날 수는 없었을 겁니다. 다짜고짜 지방을 돌아다니며 작가님들을 찾아다니는 것 또한 불가능했습니다. 갓 대학생이 되어, 이 제 겨우 경험의 폭을 넓혀나가고 구매력을 갖춰나가는 중이었기 때문이죠. 접근성이 좋은 찻집들에서는 한국의 작품들이 거의 보이지 않으니, 만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도대체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카페쇼를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차 관련으로 제일 큰 박람회라고 생각했던 때입니다. 제일 큰 박람회라면, 한국의 도자기 작가님들도 나오시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시기도 맞아떨어졌겠다, 가격대가 너무 높으면 구매하기 쉽지 않을 테니, 마음속에 예산안을 미리 준비해놓고서 떨리는 마음으로 방문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제 기대와는 정반대였습니다. 코엑스 전관을 사용하는 박람회인 만큼, 규모가 큰 건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4개의 관 중 하나가 ‘차 분야’라는데, 규모만 그렇지 실제로는 커피가 주인공인 카페쇼에서 들러리를 서고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대부분의 방문객들은 커피를 보러 온 사람들이었고, 차는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 시간을 때우거나 온 김에 둘러본다는 느낌으로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돌아다니는 부스마다 활력이 없어 보이고,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죠. 나아가 제가 만나보고 싶었던 작가님의 목소리는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 당시의 카페쇼는 회사나 기업체, 브랜드가 중심이 되는 박람회였죠. 좋아하는 브랜드들이 눈에 띄었지만 원래의 목표는 아니었기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실망감에 지쳐 조금이나마 재밌는 것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필사적으로 돌아다니다, 관계자들이 드나드는 문 옆, 구석탱이에 있던 작은 부스에 앉게 되었습니다.

그게 노산도방의 홍성일, 이혜진 작가님과의 첫 인연이었습니다.

테이블에 앉아 작가님들이 우려주시는 차를 마시면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습니다. 카페쇼를 방문하게 된 이유, 차를 좋아하게 된 계기 등 개인적인 이야기들부터, 각 작품들에 어떤 의미와 이야기들을 담고 싶으셨는지, 나아가 어떤 철학을 가지고 계신지까지 들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8년 넘게 차를 마셔오며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았던 질문들을 편하게 물어볼 수 있었습니다. 작가님 또한 차 전문가는 아니어도 차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경험해온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 진솔한 자리에 갈증을 느끼고 있었던 듯합니다.

“맛있어서 마셨던 차”. 그것을 뛰어넘는 위로와 위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나와는 다른 세계를 만나 삶의 저변이 확대되는 것을 느꼈고, 그 어느 때보다 힐링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6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그때의 황홀했던 감각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노산도방을 회고하면서

그렇게 노산도방 작가님들과 운명적인 첫 인연을 맺고서, 2017년 3월에 노산도방을 직접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무궁화호를 타고 보성역까지 가서, 맞이하러 나와주신 작가님 차를 얻어타고 10분을 달려, 마침내 방문하게 된 보성 노산도방. 두 번째 만남일 뿐인데 이렇게 개인적인 공간에 초대받아도 되는 건지, 혹시나 민폐를 끼치는 건 아닐지, 걱정부터 앞섰습니다. 그러나 따스하게 맞아주시고 차 한 잔 내어주심에, 카페쇼 때와 같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차가 너무 맛있었고, 작가님들의 이야기가 너무 재밌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생동감이 넘치는 그 공간에서 나 자신을 볼 수 있었습니다. 긍정적인 기운에 영향을 받고, 열정으로 가득 차올라서, 한순간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아 하는, 욕심 많은 제 본 모습을 말이죠.

노산도방을 회고하면서

또한 작가님의 철학. 작가로서 디자인이라고 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전해 들으며,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작품을 빚는 예술가인 동시에, 실생활 기물을 만드는 공예작가라는 것. 자신의 작품이 찬장 안에 들어가지 않고, 일상의 찻자리에 편하게 녹아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작가로써 ‘디자인’에 대한 욕심은, 그 마음에서 온다는 것을요.

티웃 노산도방전시회 작품 중

이윽고 작업실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작품이 가득 차 있는 다실 한 켠을 열심히 뒤적거리고, 작가님들의 작업을 하나하나 구경했습니다. 도자기를 만드시는 것도 구경하며, 모든 종류의 디자인이 즐거이 시도되는 것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이곳은 정말 무한한 가능성과 다채로움이 존재하는구나, 그래서 모두의 취향에 다가갈 수 있겠구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정확히 5년이 지났네요.

한국 작가님의 기물은 더 이상 한국 차문화에서 소외되거나 외면받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수많은 찻집과 갤러리에서 한국 작가의 작품을 앞장서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SNS를 통해 다양한 작가님들과 소통을 이어나가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찻집, 전시회나 박람회, 다회나 워크숍의 수는 5년 전과 비교해보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오늘날의 다우들은 다양한 한국 작가님들의 작품세계에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아가 날 선 비난을 멈추고, 맹목적인 동경도 끊어내고, 모든 의견과 이견을 공유하는, 열린 교류의 장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의구심이 아닌 호기심으로, 한계가 아닌 가능성으로, 차와 도자기가 존재하는 찻자리는 다각도에서 조명되기에 이르렀습니다.

티웃 노산도방전시회 작품 중

모든 다우들을 위해 열려있는 장, “티웃”에서 또한 자리를 마련해주셔서,2022년 3월, 노산도방을 만난 티웃의 마음을 담아, 생생히 소개해드릴 수 있었어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다우분들의 취향에 다가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홍성일, 이혜진 작가님의 작품들을, 또 소개시켜드리고 싶은 다양한 작가님의 작품을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더욱 즐거운 차 생활을 위해서. 즐거움을 위하여!

에디터 세스크라
편집.디자인 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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